
메이플 스토리 비극 합작





Afrien
KaYan
Agate
은돌프
Alpha
늘봄
Ark
우주먼지
Arin
온점
Demian
몽실몽실
Demon
피융
***
맑디 맑은 하늘 아래, 커다란 나무 밑에서 무릎을 끌어안고 얼굴을 파묻고 있던 그는 자신의 입술을 꾹 물었다. 아무도 기억하지 않아. 설마 봉인의 대가라는 게... 그 누구도? 나를? ... 그렇다면 나는 이제 어떻게? 어디에? 있어도 되는 것인가? 꼬리에 꼬리를 물어가는 생각들에 그는 주먹을 꾹 쥐었다. ... 돌아가자. 나를 맞이해 줄 곳은 그곳 밖에 없어. 허탈한 걸음을 옮기며, 그는 돌아갔다. 깨어난 자신을, 이방인이던 자신을 가족처럼 여겨준 그들을 향해, 그는 다시 한번 세계를 넘었다.
세계를 넘어가는 동안 그는 곱씹어 보았다. 이미 수백 년이 지나버린 메이플 월드. 훌쩍 커 자신을 안내해주던 헬레나. 새로운 드래곤 마스터 에반. 쇠약해진 아프리엔. 그를 통해 알 수 있는 프리드의 빈자리. 모든 기억을 하지 못하던 아란. 자신을 경계하고 적대하던 메르세데스, 팬텀, 루미너스. 거기에 꿈속에서 자신의 목을 죄여 오는 것 같던 루시드의 행동들이 머릿속을 장악하는 느낌에 그는 괜스레 손으로 눈가를 문질 거렸다.
이렇게 생각해봤자, 달라지는 건 없다. 이미 봉인은 행해졌고, 자신은 봉인의 대가로 이미 존재가 지워졌을 뿐. ... 존재가 지워졌지만, 팬텀의 가디언은 왜? 깊은 물속에 잠기는 것 같은 느낌 속 자신을 끌어당기는 마지막 같은 희망이 뇌리 속을 스쳐, 그는 주먹을 쥐었다. 미우미우로 돌아가자고 다짐했던 자신의 마음이 흔들리는 것 같아서, 애써 다잡은 자신의 용기가 꺾이는 것 같아서.
이게 봉인의 대가라는걸, 알았다면 자신은 과연 같은 선택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발목을 붙잡고 움직일 수 없게 하는 것 같았다. 숨을 못 쉬게 목을 죄여오는 것 같았다. 눈을 가리며 아무것도 못 보게 하는 것 같았다. .... 그 무엇도 하지 못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과연 자신이 할 수 있을까,라는 무력감. 만약이라지만, 혹시. 나는 그 녀석들을 원망하지 않을까. 생각을 물다 보니,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이끌고 어느새인가 포탈 앞까지 다다른 자신의 모습을 불현듯 느낀 그는 허탈함을 느꼈다. ... 이대로 넘어가서, 그들과 함께 지내며 이곳을 지낸다고 해도, 아무도 자신을 탓하지 않을 것이다. 기억하고 있는 이는 아무도 없을 테니.
...결국 돌아왔다. 그토록 바라던 메이플 월드에서. 다시 이곳 미우미우로. ... 다들 어떻게 받아들이려나. ... 결국 돌아왔냐고 타박하려나. 왜인지 마음 한구석에 걸리는 것을 뒤로한 채. 자신을 반겨줄 이가 있는 곳으로. 뾰족귀 마을로.
마을에 도착했다, 여전히 내리는 비는 마음에 걸렸지만, 일단 인사를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이 들었다.
....에구머니나, 귀가 없잖아?, 흉측해라..
이방인이 웬 놈이냐!
그는 마을 사람들의 말들에 뒤통수를 맞은 것 같았다. ... 설마. 아니겠지. 불안감에 마을 모두를 찾아갔다. 그리고 마주하고 싶지 않은 사실을 스스로 찾았다. 랑. 랑만큼은 .... 제게 손을 내밀어 주고 이름을 준 아이였다. 그 아이만큼은 자신을 기억해줄 것이라 믿었기에. 다급히 비가 내리는 마을을 가로질렀다. 비가 옷을 적셔갔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제발 부디 랑만큼은 자신을 기억해주길 바랐다. 잊지 않을 거라 믿었다. 그러나 그 믿음은 그 아이를 마주쳤을 때 한 번 금이 갔으며, 나무에 새긴 우정의 증표가 없어진 것을 확인 하였을 때 다시는 붙일 수 도 없게끔 산산조각이 났다. 이제 더 이상 자신을 기억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몇 백년 전에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 줬던 프리드는 이 세상에 없다 했다. 그의 주변에서 함께 웃어주던 친구들은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였다. 그렇게 죽음을 각오했던 그에게 다시금 살아갈 기회를 준 뾰족귀 마을 사람들도 잊었다. 심지어 자신에게 새로운 이름을 주며, 자신을 응원했던 랑조차 자신을 잊었다는 사실에 그는 무작정 숲으로 달렸다. 비로 인해 질퍽한 진흙이 되어버린 바닥을 딛고 달렸다. 넘어질 뻔 했지만, 쉬지 않고 달렸다. 볼을 따라 흐르는 물들이 빗물인지 눈물인지 분간할 수가 없게 되었다. 여전히 달렸지만 여전히 생각은 복잡하였다.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있는거지? 살아있다는 것을 깨달았을때는 무척이나 기뻤다. 그들을 다시 만나서 얘기할 수 있다는 사실만을 믿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나 이제는 모든게 싫었다 살아갈 이유가 없었다. 이제는 반겨줄 이들도, 걱정해줄 이들도, 이름을 불러준 이들도 없었다.
메르세데스를 찾았을 때의 꿈이 떠올랐다. 그안에서 만났던 루시드의 말이 떠올랐다. 꿈에 있는게 낫지 않았어요?
조용히해. 조용. 나는 꿈에 갖혀있지만은 안을거야.
제 머리를 부여잡고 중얼거렸다. 그러자 머릿속으로 그녀의 목소리가 울리는 것 같았다. 이렇게 고통받을바에는, 꿈속이 낫지 않나요? 그곳에서는 모두가 당신을 기억할텐데. 모두가 행복할텐데. 당신의 이름을 불러줄텐데. 당신을 향해 웃어줄텐데. 그 모든 것을 포기한 기분은 어때요? 모든 세상에서, 모든 이들에게 잊혀진 기분은? 버려진 기분은 어떤가요? 은월?
그녀의 말이 끝나자 그는 무릎을 꿇고 절규하였다. 조용히해! 나는... 나는.. 이미 질퍽해진 땅이 옷을 적시며, 손에 묻는 느낌이 생경히 들었다. 이것이 살아있다는 느낌이겠지. 하지만 이렇게 느끼고 싶지는 않았다. 뭘 어떻게 해야할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들이 기억하지 않는 이상 그곳에 있을 이유는 없었다.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이끌고 다시금 차원을 넘으려 하였다. 하지만 움직이지 않는 다리는 차원을 넘기전에 한군데 들리고 싶은 듯 하였다. 어차피 기다려줄 이도, 갈 곳도 없으니 숨을 푹 내쉰채 제 몸이 향하는곳으로 걷기 시작하였다.
아무 생각 없이 걷고있는 와중에 옆으로 보이는 길들은 너무나도 그리웠다. 자신의 걸음이 너무 느리다며 타박하는 아이들을 따라 걷고있던 자신의 모습이 선명하게 그려지는 것 같았다. 무엇을 잘못하였을까. 검은마법사의 제물이 된 것이 후회되냐 묻는다면 망설임 없이 아니. 라고 답할 것이다. 일단은.
"인간은 내가 주워왔으니까 이름도 내가 지어줄래. 음… 음… 인간은 달이 하나 뿐인 곳에서 왔다고 했지? 그러니까… 달이 하나 숨은 곳, 은…월… 응, 은월! 은월이 좋겠다. 숨겨진 달이라는 뜻이야. 어때?"
자신을 구해주고, 도와주던 아이는 자신에게 새로운 이름을 주었다. 달이 하나밖에 없던 메이플 월드에서 온 자신에게 숨겨진 달이라는 이름의 은월을 준 그 아이조차 자신을 잊었다. 이제 어디로 가야하지, 갈 곳조차 있나. 반겨줄 이는?
다시금 포탈 앞에 서자 몰려오는 막막함에 그는 자신의 생각을 차단하였다. 아무생각 없이, 흔들리는 눈동자는 그저 발이 움직이는 것을 따라 움직였다. 비가 와도 비를 비하지 않았고, 밤이 찾아오자 아무 생각도 없이 그저 나무 밑둥에 기대 앉아 눈을 깜빡였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인가 아침이 찾아왔고, 다시 일어나 앞을 향해 걸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앞을 향하여, 언제 도착할 지도 모르는 길을 그저 아무 말 없이 걸어갔다.
***
“...헬레나.”
잠시 이름을 중얼 거리며 여섯갈래길에 위치한 거대한 나무위에서 헤네시스를 내려다 보았다. 분명 연결고리가 있을것이였다. 도움을 계속 준 헬레나 조차 ...잊었다. 무엇이 연결고리지? 어떻게 잊.. 잠시 속으로 생각을 정리하다 불현 듯 생각나는것에 입술을 깨물었다. 딱 하나. 연관성이 있었다.
“...차원이동.”
이유를 중얼 거리자, 맞춰지는 퍼즐에 그는 실소를 내뱉었다. 정답,
아무것도 없었다. 곁에 있는 이도, 돌아갈 곳도, 살아갈 이유도. 눈앞에 몬스터가 나타났다. 죽을까. 라는 생각이 불현 듯 머릿속을 맴돌았지만, 애석하게도 몸은 아직 살기를 바란 듯 하였다. 달려드는 몬스터를 자신도 모르게 너클로 베어내었고, 그와 동시에 주변을 감싸도는 정령들을 보며 그는 그저 멍하니 바라보았다.
“...랑이 준 정령들인데.”
중얼거리던 것도 잠시, 불현 듯 드는 생각에 그는 눈을 깜빡였다. 왜 정령들은 아직 내게 남아있는 거지? 그리고 검은 마법사가 봉인되었다면, 자신은 이렇게 생각 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너클을 꾸욱 쥐었다. 봉인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그렇다면... 아직 프리드가 살아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녀석이라면 살아있다면. 분명 제가 보낸 편지를 답해줄 것이였다. 그렇기에 무너지는 것 밖에 할 자신이 아니였다.
***
시간의 신전. 이제 이곳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무언가 잘못 되있는게 분명했다.
그곳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메이플 월드에 소속되어 있는 자는 문이 굳게 닫혀있어 확인 할 방도가 없다고 할 터였는데.
“...나는 메이플 월드에 소속 되어 있는 자가 아니라는 뜻인가보군”
열려있는 현재의 문을 보며 이제는 실소밖에 나오지 않았다. 현재의 문을 통하여 들어간 곳에는 검은 마법사의 잔해들인 오멘을 마주쳤다. 그는 이미 예상을 했다는 듯이 너클을 쥔채 그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오멘들의 사라진 흔적들을 밟아 뭉개며 나아간 곳에는 산산히 부서진 채로 나뒹구는 봉인석이 있엇다. 언젠가 봉인이 풀릴 것이라는건 짐작했지만...
“...눈으로 직접 확인하니 허무한 느낌이네”
누군가는 자신의 종족을, 목숨조차 받친 봉인이였는데, 이리 쉽게 깨져있으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하였다. ...그때의 선택을 후회하지는 않지만.. ..지금 겪고 있는 끔찍한 경험은 그때의 선택의 순간으로 돌려놓는거 같네. 스스로 중얼 거리며 왔던 길을 되돌아 다시금 시간의신전을 향하였다.
***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정말이지 기분 나쁜 꿈에 눈을 질끈 감았다 뜨자, 서서히 보이는 주변의 풍경에 주먹을 쥐었다. 자신은 아직 살아있다. 검은마법사의 봉인이 풀려서 인지는 몰라도. ...살아있다니 그것만은 다행이라 생각해야하나. 중얼거리다 문득 꿈속에서 만난 검은 마법사의 질문에 잠시 눈을 느리게 감았다 떴다. 검은마법사는 분명 자신이 존재하는 이유가 초월자인 검은마법사가 유일하게 자신을 기억하고 기억하기 때문이라 하였다. 살아있는건 기쁘지만, 존재의 이유가 소멸시키기 위했던 자 덕분이라는 사실에 왠지 모를 씁쓸함이 몰려왔다.
“...나를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검은 마법사가 사라진다면. ...나 또한 소멸 되는거겠군”
이어지는 생각들에 잠시 씁쓸한 듯 중얼거리다 그의 마지막 질문에 잠시 눈을 깜빡이다 답을 하듯 입을 천천히 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결정이었다는 것은 자신할 수 있지만. ...지금처럼 존재가 소멸당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같은 결정을 했을 지는”
장담할 수 없겠네. 스스로 답을 내리며, 눈을 느리게 깜빡이다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보았다.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되겠지. 스스로 중얼 거리며 너클을 바라보곤 다시 천천히 눈을 감았다.
***
“이제 한시름 놓으셔도 좋습니다. 그녀가 당신의 존재를 기억하고 있을 테니.”
자신이 잘못 들은것이라 생각하였다. 누가? 검은 마법사가 사라진다면, 나또한 사라지는게 아니였나? 복잡해지는 생각들에 이해가 가지 않는 다는 듯이 발걸음을 옮겼다.
자신은 곧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마지막을 동료들에게 보이고 싶지는 않아,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어디든, 걸음을 옮긴 곳에는 시그너스가 있었다. 가볍게 고개를 까딱여 인사를 한후 다시금 걸음을 옮기자,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발걸음을 멈추었다.
“앞으로 무엇을 하실건가요?”
무엇을? 전혀 상상해 보지 않았다. 그저 지금만으로도 행복했지만... 잠시 속으로 중얼거리다, 불현 듯 생각나는 것에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자신을 찾으러 떠날겁니다.”
Eunwol
어폰
Freud
차운
Idiot
부들
온 몸으로 느껴지는 어둠은 소년을 공포를
느끼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위협적인 분위기와 쓰러진 사람들
그리고 그 고요함속에서 검은로브를 입은 남자가
소년에게 말을 건넨다.
"네가 내가 지난에에 두고 간 빛인건가.... ?"
'빛...? 그게 ...뭐지 내가 저 자의 ....뭐라고..?'
"너의 생각이 훤히 보이는구나 . "
".... "
""
그 순간 떨면서 울듯한 표정을 지으는 소년을
같이 쓰러졌던소녀가 겨우 일어나더니
곧 바로 자신의 앞으로 나아가면서
손에 로드를 손에 쥔채로 자신의 손만한 오브를 소환한뒤
공격 태세를 갖추면서 소년을 보호하려한다.
"이 아이는 당신이 두고 간 빛이 아닙니다,
그빛은 바로 저라고요! 저 아이는 건들지 마세요."
"....재미있구나, 니가 그때 내가 두고 간 빛이라 했나?
그 말 후회하게 해주지."
"검은마법사, 당신이 한 짓 내가 값을 치르게 해주지!"
그저 소년은 그 광경을 지켜볼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광경은 오래가지 못했다.
하늘에 마치 구멍이라도 뜷린듯이 비는 거세게 내리고
바람은 폭풍이 되어 바람역시 거세졌다.
은발의 소년은 소녀를 놓고 가지 않을려는듯
소녀의 옷깃을 잡은 채 떠나려 하지않으며,
소녀가 깨어나길 바랬다.
"루시아.?"
".... "
소년은 간절히 소녀가 일어나길 바랬다.
아니 깨어나길 바랬다, 혹여나 체력때문일까 생각이 들어
급히 샤인리뎀션을 사용을 했다.
[치유의 빛이여- ]
'제발...'
"루시아 "
". "
" 루시아 일어나 ... 같이 가자"
"."
"루시아 장난이라고 해줘 일어나……. 일어나...
부탁이야 제발 일어나줘 그리고 장난 친거라고 해줬으면 해
이 일이 장난이라고 말이야. "
". "
소년에 간절한 말에도 루시아라고 불리는 소녀는
소년에 물음에 대답을 못 하였다.
소년은 그 관경을 다 보았으나 믿지않았다 아니 믿기가 싫었다
소녀는 이미 어둠에 물든 사슬에 의해
팔이 스치기만 하였으나 빛과 반대로
어둠은 파괴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으니 소녀의 몸은
어둠에 의해 죽어 나갔다. 아니 이미 죽었다.
피부 역시 빠르게 창백해져 가면서 소녀의 체온은
빠른 속도로 차가워지고 있었다.
소년은 차가워지고 있는 소녀의 손을 잡은 채로 놓치고 싶지 않았다, 이미 소년은 소녀가 죽은 걸 알지만 그래도 믿기가 싫었다. 그녀가 죽었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하지만 조금의 기적이라 있길 원하기에 그러고 싶었다.
평소 기적이라는걸 믿지않았지만 오늘만큼은 믿고싶었다
'제발 .... 루시아'
그녀는 마치 잠이 든것처럼 피투성이 된거만 아니라면
그저 추워서 창백해진 상태로 잠이 든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더욱 더 믿고싶었다 죽은게 아니라고....
살아있다고....
"싫어…. 안돼....루시아.... "
살아있던 사제들은 피투성이 인 루미너스를 그리고 죽어버린 루시아사제의 손을 잡고있는 루미너스를 발견한다.
"루미너스. 루시아 사제는 놔두시고 저희가 나중에 시체는 수습할 겁니다. 일단 산 사람들은 아직 죽지 않은 사제들을 상처를 입은 사제들을 데리고 대피하시길 바랍니다!"
소년은 보았다. 검은 마법사의 공격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을……. 그리고 이미 죽은 사람들을 그리고 그들 중 먼저 공격을 당한 루시아의 모습을 자신을 보호하려다가 그녀는 다쳤다. 그리고 살아있는 사제들이 자신 역시 죽임을 당할까봐,그 빛이라는거 때문에 그 검은로브를 입은 자가 또 찾아와 사람들을 해칠까봐 대피 하려는것 그것을 알기에 결국 소녀의 손을 놓고 만다.
'루시아.... 미안해.'
"알겠습니다."
루미너스는 초토화 된 오로라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붕괴되어 쓰러져있는 건물의 기둥 ... 불타고 있는 숲 ... 쓰러져있는 사람들 ...파손 된 건물 일부분의 조각들
그것은 아직 자신이 보기에는 역시나 충격적이었다.
찬찬히 살펴보던중 어디선가 소리가 들려왔다.
여행자용 로브를 입은 다른 자신과 또래로 보이는 남자였다.
"저 잠시만요 !"
그 소리를 들은 사제들은 경계태세를 갖춘다.
"누구십니까 당신은?!"
"신분을 밝히시길 바랍니다!"
"...이런 타이밍을 잘못 잡은거같네 ....아프리엔?"
남자는 천천히 여행자 로브의 모자부분을 벗으며
자신을 소개한다
"저는 프리드라고 합니다 여기가 세레니티인거같은데....
당신들이 오로라 소속 맞죠?"
오로라인걸 안다? 라는 사실에 당황한 사제들 사이로
다들 당황하는걸 본 소년은 대신 대답을 한다.
"네 맞습니다 근데 무슨일입니까 지금 상황이 이런지라 대화하기에는 애매한데 ."
"그럼 혹시 검은마법사가 한짓인가요?"
"...! 어떻게...?"
말을 들은 소년은 앞으로 더 나아가 말을한다.
"저는 프리드 시간의 마법사이자 오닉스드래곤의왕 아프리엔의 계약자 이라고합니다, 뜬금없겠지만
혹시 당신이 루미너스라면 .... 전 검은마법사를 물리칠려고 합니다 그러기위해선 당신의 힘이 필요하고요."
저와 같이 검은마법사를 물리치겠어요?
갈색빛깔에 머리의 소년은 자신을 소개하며 검은마법사를 물리치자 라고 권유를 한다.
"제 힘이 도움이 될진 모르겠으나 도움이 된다면 협력을 하겠습니다, 제가 그자를 없애는데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제겐 좋은 기회같군요."
딱히 그자와 한 편으로 보이지않았고 그자를 물리치기위해서 자신 역시 1명이라도 더 필요한 상황이기에 승낙을 하였다.
프리드는 소년에게 악수를 청한다 .
"잘 부탁할게 루미너스"
".... 나도 잘 부탁하지"
악수를 건넨 손을 맞잡아준다.
그 권유를 승낙한 소년은 오랫동안 잠을 못잔건지
피곤해 보이는 기색이었다.
오랜만에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해본다.
누우자 마자 잡 생각들이 떠오른다.
그날이후 루시아의 죽음을 목격했기 때문인걸까?
꿈을꾸면 자신은 계속 루시아가 죽었던 그날로 돌아가 며칠간 악몽에 시달렸다, 다행히 그기억은 프리드와 혹시 모를 봉인진 연구를 하자라는 권유 덕에 밤샘으로
꿈을 꾸지 않았다.
고요한 바람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곳에서
소년은 오랜만에
루시아의 죽음과 관련 된 기억에서 오랜만에 벗어나
잠을 잔듯 피곤하지않았다.
검은마법사를 같이 물리치기로 했고 나와 프리드외에 다른 사람들은 모여 검은마법사를 물리치기로 하였다
마법사였던 나와 프리드는 혹시 모를 소멸에 실패할까봐
봉인마법진을 연구를 하고 계속 연구를 하였다.
루시아 생각이 나지않을정도로 아니 생각을 안하기위해서.
그러다가 생각이 들면 또 슬플까봐 악몽에 시달릴까봐.
그리고 결전의 날 하루전 루시아의 무덤에 들렸다.
소년의 하얀 국화꽃 한송이를 든채 무덤위에 올려둔채 떠난다.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막으려갈게 루시아....,
그때는 계속 너에 곁에 있을거야.'
결전의 날은 다가오고 잠시 자신에 목에 걸린 목걸이를 손에 소중히 쥔채 오랜만에 루시아를 생각을 해보았다.
"루시아.... "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귀찮은 좀도둑녀석이 나타나 생각을 못하게 한다.
"샌님 설마 날 기다린건 아니지?"
"하아.... 헛소리하는군, 여기서 내가 널 기다려 시간낭비를 한것 같냐? 어이없는 소리군, 빨리 가서 해치우는게 좋을것같군 그때 프리드에게 왜 저 좀도둑녀석과 묶어둔건지 나중에 물어야겠군."
"나도 왜 프리드가 나와 샌님을 묶어둔건지 이해가 안된단 말이야... 그럼 끝나고 물어보는걸로 하자고."
재수없는 녀석 ....
팬텀은 빠르게 떠나간뒤 루미너스는 신전까지 걸어간다.
"이제 곧.... .... 목숨을 걸고서라도 널 꼭 없애고 말겠어 검은마법사..... "
그리고 닫힌 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한다
....
봉인이 풀린걸까? 눈을 떠보니 맞이하는건 따스한햇살과 처음보는 어린 소녀였다, 그 소녀를 본적이 없으나
묘하게 익숙해보였다.
작고 여린 소녀는 자신에게 다가와 말을 건다.
"다행이다. 깨어나셨군요 , 여기는 요정들의숲 엘리니아... "
" 루시아....?"
"네...? "
"아 아무것도 아니다 잠시 다른생각이 들어서
근데 이름이 뭐라고 했지 못들었군 다시 알려줄수있을까?"
" 아 저는 .... "
들어본적 없는 이름에서
"라니아 라고 해요."
한번도 본적도 없는 아이에게서
나는 너의 생각을 해보았다.
"나는 루미너스라고 한다."
Luminous
시은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 어느 숲속에 살고 있는 정령들 중 장난을 무척 좋아하는 정령이 있었다. 무뚝뚝한 정령과 호기심 많은 정령, 그들은 서로를 무척 아끼고 좋아하며 쌍둥이처럼 늘 붙어 다녔다. 인간을 놀라게 하는 걸 좋아하는 정령들은 한 마법사와 만났다. ‘인간의 몸을 가지고 싶습니까?’는 마법사의 질문은 호기심 많은 정령의 관심을 끌었다. 두 정령은 인간으로 만들어준다는 조건으로 마법사의 연구를 돕기로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재밌어 보이니까.’
죽어버렸어. 에레브의 여제는 그렇게 죽어버렸어. 무뚝뚝한 정령의 손에, 스우의 손에 죽어버렸어. 이렇게 쉽게 죽어버리는 거야? 이건 재미없네.
얌전히 앉아 눈을 감고 있는 아리아의 모습과 그 앞에 멀뚱히 서 있는 스우의 모습이 오르카의 눈에 들어온다. 그 눈에 담겨있는 감정은 혼란. 왜? 라고 묻는 표정으로 스우를 바라본다. 겨우 입을 벌려 떨리는 목소리로 아리아가 말한다. 하지만 아리아의 모든 것을 짓밟기라도 하듯 스우는 표정 없는 얼굴로 아리아의 숨을 끊어버린다. 여제를 끌어들이기 위해 제안했던 회담,
“벌써 죽이면 재미없으니 천천히 죽이자. 오르카는 아직 더 가지고 놀고 싶어.”
질려버렸다는 핑계로 스우에게 버려진 아리아는 깨어날 수 없는 잠에 빠져버렸다.
“이제 가자, 오르카.”
“…저항도 한번 안하다니.
그러니까 스우의 손에 죽은 거야.
이렇게 죽어버리면 다음에 가지고 놀 수 없잖아.”
아리아의 숨이 멎은 것을 확인한 오르카는 콧방귀를 끼며 스우와 함께 에레브를 빠져나온다. 이 둘의 행동으로 새로운 영웅이 탄생해버린다.
***
그가 말했다. ‘영원을 사는 정령이지만 육체를 얻은 이상 죽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말은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스우도 강했고, 오르카, 자신도 강하기 때문이었다. 함께 있어야만 힘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붙였던, 윙 마스터. 스우와 강한 힘과 오르카의 강한 힘은 ‘함께’있어야만 날아오를 수 있었다.
시간의 신전, 검은 마법사의 목적을 방해하기 위해 영웅이라는 자들이 이곳을 침입했다. 잠깐 떨어져있는 사이, 스우가 영웅 중 1명에게 공격 받았다. 빨리, 늦기 전에 가야해. 오르카는 서둘러 스우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네가 스우를 이렇게 만들었구나. 무언가 터져나오려고 한다. 오르카의 눈빛에 분노가 가득 차오른다. 오르카는 겨우 숨이 붙어있는 스우를 힐끔 바라본다. 무방비 한 것은 오르카, 네가 아니라 네 쌍둥이잖아. 한순간의 일격, 괴도 팬텀은 검은 마법사와 함께 얼음 속에 갇혀버렸고, 스우는 마지막 공격에 쓰러져버렸다. 끝났다. 이 상황이 끝났고, 스우를 살릴 수 있는 마법사도 끝나버렸다.
“하하!
저것 봐, 스우. 얼어붙고 있어!”
오르카는 얼어붙는 팬텀을 보며 웃음을 터트린다. 꼴좋다. 넌 지금 벌을 받고 있는 거야. 아무리 스우에게 말을 걸어봐도, 스우는 무미건조한 대답조차 해주지 않는다. 돌아오는 답은 없다. 오르카가 아무리 말을 던져봐도 받아주는 스우는 이제 없다.
“스우, 스우.
일어나. 제발 일어나줘, 스우.”
스우의 죽음, 정확히 그의 ‘첫 번째’죽음이었다. 붉게 물든 채 누워있는 스우를 보며 오르카는 생각했다. 스우의 심장이 뛰질 않아, 스우의 숨소리가 들리지 않아. 스우가 고장나버렸어. 이보다 더 절망적인 상황이 있을까? 고쳐줄 것이라 믿었던 마법사는 다른 영웅들의 손에 봉인 돼버렸다. 방법이 없다. 자신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대로 영영 자신의 쌍둥이를 살릴 수 없는 것일까. 살릴 수 있을 거야, 스우를 살릴 수 있을 거야. 아니, 살릴 거야. 무슨 짓을 해서라도 스우를 살릴 거야. 절망의 늪에 허우적거리던 오르카의 눈빛이 또렷하게 변한다. 오르카에게 처음으로 각오가 생겼다. 이 절망적인 상황을 뒤집어버리라, 다짐했다.
***
“…스…우? 어째서….”
차가운 바닥에 엎어져 넋을 잃은 얼굴로 눈만 깜박거린다. 이상해, 스우. 정말 이상해. 스우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우리가 서로에게 어떤 존재인 지 아는 사람이라면 이 상황을 이상하게 생각할 거야. 오르카의 귓가에 겔리메르의 목소리가 들린다. 속았다, 오르카는 작은 움직임과 함께 느껴지는 통증과 함께 깨달았다. 스우를 살리기 위해 데려온 박사는 자신의 편이 아니었다. 살짝 시선을 올려 허공을 응시하는 스우를 눈에 담는다. 생기가 없는 죽은 눈은 자신을 보지 않는다.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외치지만 스우의 귀는 닫혀있는 것 같았다. 아프다, 스우의 공격에 온 몸이 아프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아픈 건 소중한 쌍둥이에게 공격 받았다는 사실이, 자신이 바보같이 속아 쌍둥이를 잃었다는 사실이 심장을 조른다. 오르카의 눈동자가 심하게 떨린다. 그 속에 담겨 있는 것은 자신에게 일어난 현실에 대한 불신, 힘을 잃어 저항도 제대로 못한 채 소중한 사람을 잃어야 한다는 슬픔, 자신이 꿈에 그리던 옛날로 돌아갈 수 없다는 두려움이었다.
“안…돼… 안돼, 스우…!
가지마…!”
겨우 터져 나오는 목소리로 외친다. 몸이 욱신거린다. 힘을 빼앗긴 오르카는 자신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평범한 소녀, 자신이 여태껏 가지고 놀던 힘 없는 장난감과 다를 것이 없었다. 배신에 대한 분노, 힘을 잃어버린 분함보단 자신의 소중한 쌍둥이를, 소중한 ‘나’를 잃었다는 슬픔이 더 컸다.
“우리, 더 이상 날 순 없겠네….”
함께 있어야만 날아오를 수 있는 의미에 지어진 윙 마스터, 두 날개는 갈라져버렸고, 그 중 한쪽은 꺾여버렸다.
***
“이제 그만해, 스우.”
뒤늦게 오르카가 도착했을 땐 블랙헤븐의 상황은 한번 정리가 된 후였다. 더 이상 다가오면 제거한다. 표정이 없는 얼굴로 오르카를 바라보는 스우는 무뚝뚝한 어투로 한 마디를 내뱉는다. 가만히 스우를 응시하던 오르카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스우에게 다가간다. 허공에 닿지 않는 스우를 살짝 올려다보는 오르카는 스우의 옷자락을 잡고 끌어내리듯 안아준다. 오르카의 품에 안긴 스우는 허공에서 내려와 오르카의 품에 안긴다. 정신을 차린 듯 깨어난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오르카를 부른다. 오르카는 자신의 몸에 걸치고 있던 재킷을 벗어 스우를 덮어준다. 수백 년이라는 시간 끝에 드디어 스우를 제대로 볼 수 있게 됐다. 스우와 대화를 할 수 있게 됐다. 정령이었을 땐, 스우와 함께 있었을 땐 짧게 느껴졌을 시간이었지만 혼자였던 오르카에겐 그 무엇보다 길게 느껴졌다. 겨우 너와 만날 수 있게 됐어. 그 감동의 재회까지 긴 시간이 필요했지만, 그 시간은 무척 짧게 지나가버렸다.
“거기까지.”
겔리메르의 한 마디에 무언가 끊어진다. 작게 미소 짓던 스우의 표정이 순식간에 일그러진다. 오르카를 바라보던 스우는 오르카에게 안기듯 기댄다. 미동이 없어, 숨소리가 들리지 않아, 심장이 뛰지 않아.
“스우…스우?”
오르카가 떨리는 목소리로 스우를 부른다. 이럴 수 없어, 이러면 안돼. 왜, 어째서? 같은 말들이 머릿속에 맴돈다. 이제 겨우 만났는데, 이제 겨우 닿았는데, 이제 겨우 다시 함께 할 수 있게 됐는데. 오르카가 스우의 이름을 계속 부른다. 하지만 스우에겐 닿지 않는 지 가만히 오르카에게 기대고 있다. 스우의 눈과 귀가 닫혔다. 스우의 숨이 끊어졌다. 스우의 심장이 멈췄다. 오르카는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다. 촉촉해진 오르카의 눈가에서 샘이 터져 나온다. 따뜻하고 짭짤한 샘물이 오르카의 볼을 타고 흘러내린다. 스우를 위해 흘리는 두 번째 눈물. 스우를 또 한 번 떠나보내며 흘리는 눈물이다.
“오르카, 너에게 마지막으로… 우리의 힘을 줄게.”
안녕이라 말하고 싶지 않아. 이대로 너를 떠나보내고 싶지 않아.
“우리의 마지막 힘은 오르카가 원하는 대로 사용해줘.”
이렇게 헤어지고 싶지 않아. 다시 혼자가 되고 싶지 않아.
“오르카는 오르카대로 살아줬으면 해.”
오르카는 스우의 마지막 말에 입을 다문다. 점점 흐릿해져가는 스우를 보며 눈물을 흘린다. 가지마, 라는 말만 계속 내뱉는 오르카를 향해 스우는 작별 인사를 건넨다. 오르카는 겨우 터트리듯 목소리를 뱉으며 스우에게 말한다. 가지 마, 가지 마 스우. 오르카의 손에 닿았던 스우의 몸이 완전히 빛이 돼 사라져버린다.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오르카의 손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는다.
“가지 마.
가지 마 , 스우.”
오르카의 눈 앞에 떠다니던 빛은 한 순간에 사라져버린다. 스우의 흔적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 가버렸다. 떠나버렸다. 소중한 쌍둥이는 그렇게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마지막 말을 남기고 작별해버리고 말았다. 옛날처럼 스우를 살리겠다고 뭐든 시도하는 짓은 더 이상 할 수 없다. 스우가 사라져버렸으니까. 마치 두 번의 기회는 없다고 말하는 것 같다. 오르카의 옆에 있던 프란시스가 블랙헤븐의 추락을 알리며 허둥지둥한다. 오르카는 스우를 위해 슬퍼할 시간이 없다. 스우를 잃었던 슬픔은 처음으로 충분하다. 스우와 놀 수 없어, 스우와 함께 장난칠 수 없어. 자신의 몸에 완전히 스며든 자신의 힘과 스우의 힘을 느끼며 천천히 갑판을 손으로 쓸어본다. 이제 정말 끝났다. 모든 게 끝났다. 스우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선 이곳에서 탈출해 살아남아야 한다.
“안녕, 스우.”
이것은 너의 두 번째 죽음이자 마지막 죽음이야. 더 이상 너를 잃는 경험은 하고 싶지 않아. 오르카에겐 해야 할 일이 생겼다. 그것을 하기 위해선 지금부터라도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미안해, 스우. 나는 네 죽음에 슬퍼할 시간이 없어. 심장이 저릿해진다.
Orchid
행
Phantom
산티
Ryude
월로
헤카톤력 52년 x월 x일. 모든 것의 시작은 그날부터였다.
반마력석을 설치하던 중 떨어져 깨지고, 그 바람에 근처에 있었던 사람들이 모두 사라진 대형 사건이자 사고. 그리고 그 속에서 한 차례 소멸하고 다시 재생되어 사람들 앞에서 모습을 드러낸 유일한 살아남은 자. 사람들은 그것을 기적이라 부르지 않고 오히려 재앙의 징조다, 사신이다. 라며 그것을 괴물 취급을 했다. 살아남은 자의 이름은 타나. 그는 병사에게 끌려가 구속되었다.
"그렇지만, 그녀가 아니었다면 난 분명... 누구도 날 기억하지 못하고 눈치채지 못한 채 영영 사라졌을 거야. 나에게 있어 그녀는 생명의 은인이고 특별한 사람이나 마찬가지라고."
쟝이 말했다. 그는 반마력석 대형 사고에 휘말릴 뻔한 피해자였다. 쟝은 평소처럼 누군가의 지갑을 털겠다, 하며 외지인의 지갑을 털기 위해 타나, 그녀에게 다가갔었다. 그러자 타나는 쟝의 손을 붙잡더니
"너...... 예정에 없었어."
라며 알 수 없는 말을 하며 쟝을 밑으로 밀쳐버렸다. 하지만 그 덕에 쟝은 사고에 휘말리지 않고 살 수 있었다.
"이번에는 내가 그녀를 구해줄 차례야."
쟝은 무언가를 다짐한 듯, 결연한 눈빛이었다.
헤카톤력 52년 5월 13일
피험체 618호. 그것은 그녀, 타나. 그녀는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신체를 복구해 버린다며 인간의 형상을 하고 인간의 행동을 하고있지만 인간이 아니라고 한 연구원이 말했다. 타나의 육신이 소멸하면서 많은 것을 잃고 그녀에게 남은 것이란 무언가를 원했고 어렴풋한 기억의 잔향 뿐...
헤카톤력 53년 9월 17일
나는 여전히 나의 이름이 무엇인지도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나는 분명히 무언가를 원했고 무언가를 기억했다. 내 주위에 있는 이들은 나를 연구하고, 또 연구했다. 나는 그것을 봐도 아무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러다가 오늘, 그들은 나에게 임계점을 넘는 자극을 주기 시작했다.
헤카톤력 53년 9월 18일
피험체에게 임계점을 넘는 자극을 주자 피험체는 폭주하고 순식간에 연구원 6명이 눈 앞에서 사라졌다. 충격과 경악에 휩싸인 우리들에게 피험체는 한 마디 말을 했다.
"내 이름..... 타나."
한결같은 고요한 말투였다.
끝없는 실험 끝에 거부반응으로 인한 신체훼손과 빠른 회복을 반복했다. 그것을 반복하던 중 누군가가 그녀에게 찾아왔다. 그 인물은 타나에게 물었다. 고통스럽지 않냐고. 그러자 그녀는 말한다.
"통각은 느끼지만 감정은 느낄 수 없어."
그러자 그는 질문을 더 한다. 그들이 증오스럽냐고. 그녀는 대답한다.
"필요하다면."
그 이후 타나에게 찾아오는 사람이 또 있었으므로, 그 사람은 다름아닌 쟝. 그는 어느날 지하감옥에 갇혀 구속되어있던 그녀에게 한 줄기 빛이 되었다.
"심심할까봐 책을 가져왔는데, 읽어줄까?"
"......."
오늘도 그는 타나를 찾아왔다. 쟝이 타나를 찾아온 날 그녀를 구하기 위해 힘을 들여 애썼으나 평범한 구속 사슬이 아니기에 본인의 힘으론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풀어주는 것은 포기했다. 하지만 그는 지속적으로 찾아왔다.
"심심하다는 건... 읽어줘."
"심심한 게 뭐냐면 말야. 어... 음... 들어봐? 옛날 옛날에 어떤 마법에 걸린 성에 아름다운 공주가 갇혀있었는데..."
다음날
"배고프지 않아? 빵 먹을래?"
또 다음날
"안녕? 오늘도 이야기 해주러 왔어! 이야기 엄청 좋아하는 것 같더라?"
또, 또 다음날
"이게 식빵이라는 건데, 빵 중에서 가장 기본적이지만 맛있는 거야."
쟝의 잦은 찾아옴에도 그녀는 아무런 감정을 내비쳐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때때로 쟝이 타나에게 찾아오는 하늘을 올려다보는 반응이 생겼다. 아마 이것만으로도 충분한 많은 반응을 보인 것이었다.
어느날 평소처럼 실험을 하던 중 거부반응으로 임계침에 다다를 때, 크리티아스의 국왕인 헤카톤이 모습을 드러내 그녀를 찾아왔다. 헤카톤은 실험 강도를 더 높이라고 명령하고 그녀가 폭주하려고 하여 실험을 중단하려 하지만 멈추지 말라며 재촉한다. 불안감에 연구원들은 도망가버리고 헤카톤은 그녀가 낸 빛에 맞아 영혼이 잠깐 들락날락 거리더니 원상태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는 아카이럼에게 실험에 실패하면 각오하라고 당부하고 자리를 뜬다.
헤카톤에 의해 실험을 계속해서 강행하고, 타나도 본인이 더 이상 못 버틸 것을 눈치채어 오늘도 어김없이 찾아온 쟝에게 말한다.
"잘 있었어, 타나?"
"이젠 오지 않아도 돼."
"응? 왜 그래 타나, 무슨 일 있었어?"
"책은... 이제 질렸어. 질렸다는 건 흥미를 잃었다는...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는 뜻이야."
"흐음... 거짓말에는 그다지 소질이 없어 보이네."
".....!"
그에게 거짓말을 하여 더 이상 자신에게 찾아오지 않게 하려 하지만 금방 들통나자 타나는 고통스러운 듯 힘겹데 말한다.
"소멸..."
"응?"
"나는... 인간이 아닌 소멸... 크으윽!"
"타나? 왜 그래?! 타나!"
"아파... 그만...!"
"진정해. 나야, 쟝이야. 괜찮아질 거야."
"물... 물러나..."
제발... 그만해! 아파... 아파...! 나는... 나는 분명...
"소멸... 그건 내가 원했던 것일 텐데...? 나는, 왜... 싫어..."
타나는 고통스러워 하며 머리가 희게 변하며 폭주하려 한다. 그런데
"타, 타나!"
"!!!!!"
쟝은 타나를 끌어안았다. 그러자 놀랍게도 그녀는 진정되며 다시 흑발로 돌아왔다. 타나는 꽤나 놀랐다.
"아...? 어떻게..."
"타나, 내가 너를 지켜줄게."
".....이젠 괜찮아."
"어? 어어!"
괜찮다는 말에 쟝은 급하게 뒤로 빠졌다. 그 이후 쟝에 의해 진정되었지만 타나는 그에게 오지 말라며 단호하게 말한다. 쟝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가려던 찰나 갑자기 뒤를 돌며 자신이 말해준 이야기를 들려준다.
"있지, 예전에 해줬던 이야기의 결말을 들려주려고 해. 이야기의 결말은 마법에 걸린 공주를 멋진 용사가 무사히 구출하고 행복하게 사는 결말이야."
"...하지만 너는 용사가 아니야."
"그러는 너도 어차피 공주는 아니잖아?"
"......."
"여길 나가자, 타나. 이번엔 내가 널 구할 차례야."
쟝의 말에 타나는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둘의 관계는 서서히 진전되었다.
쟝의 계획이 실행되는 날이 찾아왔다.쟝은 타나에게 선물로 줄 반마력석 조각을 세공한 목걸이를 가지고 다크사이트를 써 투명화로 살금살금 타나에게 다가가 열쇠로 구속 사슬을 풀어주려고 한다.
"이제 구해줄게...! 아잇, 근데 이거 왜 이렇게 안 풀리지...?"
사슬이 열쇠로 풀리지 않아 쟝은 당황해하며 허둥대던 그 때.
"침입자다!"
라는 소리가 외쳐졌고 그와 동시에 쟝의 다크사이트가 풀려버렸다.
"으앗, 들켜버려!"
헤카톤은 아카이럼을 통해 쟝이 의식의 열쇠라는 것을 전해듣고 쟝을 해치라 명했다. 사실 알고 보니 둘이 짜고 속인 것이었다. 병사는 쟝에게 공격을 휘둘렀고 그 와중에도 쟝은 타나가 조금이라도 다치는 것을 막기 위해 그녀를 껴안았고, 껴안은 채로 공격을 그대로 받았다. 그것을 본 타나의 표정은 매우 놀란듯 하였다.
"!!!!!"
"아... 타나.... 쿨럭! 헤헤..."
쟝은 피를 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미소를 지으며 웃었다.
"아... 아아..."
"실패...인가봐... 미안... 잘 될 줄... 쿨럭! 알았는데..."
"쟝...?"
"약속... 못 지켜서 미안해, 공주님... 난 역시 멋진 기사는... 될 수 없나봐..."
풀썩-
"쟝... 쟝...? 쟝!"
"실험이 성공했다!"
타나는 자기 앞으로 쟝이 쓰러지자 당황과 충격을 받았다. 병사는 쟝의 상태를 보더니 아직 숨이 붙어있으니 치료하면 살릴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헤카톤은 냉정하고 잔인하게 말한다.
"끌어내서 버려라."
헤카톤의 명령에 병사는 쟝을 끌고 나갔다.
난 동화 속의 멋진 기사는 아니지만, 그래도 타나를 구해주고 싶어. 약속했으니까. 곁에 있겠다고. 먄약 의식이 중지되면... 영원한 붕괴와 재구성... 끝없는 고통에 빠져. 그런 일은 없어. 다 잘 될 거야. 대도 쟝에겐 언제나 두번 째 작전이 있으니까. 어쩌면... 나를 잊어버리게 될지 몰라. 그치만 뭐. 기억은 다시 만들면 되는 거니까. 훨씬 더 좋은 우리만의 기억들, 많이 만들 수 있을 거야.
"쟝..."
타나는 실의에 빠지다 분노하는 표정으로 바뀐 뒤 쟝이 타나에게 준 반마력석 조각을 입으로 깨물어 부수려 한다.이로 인해 영원히 고통에 빠지게 되더라도...
"난. 상관없어."
타나는 헤카톤을 노려보며 반마력석을 터뜨렸다.
"너를 저주한다, 헤카톤. 그러기 위해서는 끝없는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면, 기꺼이 그렇게 하겠어."
그렇게 타나는 한 차례 소멸한다. 이후 다시 재생되어 나타난 타나. 그리고 헤카톤에 의해 죽은 줄 알았던 쟝. 그가 다시 그녀 앞에 나타났다.
넌 분명 그 때. 어떻게? 그럴리가...하지만 곧 그녀의 눈 앞에 있는 쟝이 '진짜'가 아니라는 것에 눈치챈다.
"넌... 진짜 쟝이 아니군."
"...미안."
쟝에 몸에 들어가있는 이는 날치. 아마도 진짜 쟝은 그 때 이미 죽었을 터... 타나는 예전과 같은 고요한 얼굴로 돌아섰다.
쟝... 쟝...
난 동화 속의 멋진 기사는 아니지만, 그래도 타나를 구해주고 싶어. 약속했으니까. 곁에 있겠다고.
........
나에게 있어서 가장 고통스러운 건 신체의 고통도, 무엇도 아니야. 쟝... 부디, 구해줘. 구해줘, 쟝.
....보고 싶어.
Tana
아스
성을 에워싼 눈보라는 단 한 번도 매섭지 않은 적 없었다.
저주받은 지대 위로 평안은 오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알현실의 부서진 창문 안으로 어김없이 눈발이 들이쳤다. 그러나 왕은 추위를 느끼지 않는다. 한 국가의 멸망과 한 사람의 모든 것이 무너진 그날 이후로 몇백 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때의 증오를 진술하는 것은 폐허뿐이다. 복수가 끝나고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지독한 허무는 다시 분노를 들이붓는다 해도 메꿔지지 않을 것처럼 거대했다. 복수는 갈증과 달랐다. 해갈 이후에도 고통은 죽지 않고 호흡했다. 탑루 아래 괴물들은 낮과 밤을 막론하고 울부짖었다. 신의 저주가 가혹해질 때면 비명은 더욱 거세졌고 레온은 알현실의 일그러진 창문 아래로 그들을 내려보았다. 괴물도 사람일 때가 있었다. 한때 모두 사람이었으나 이제는 아닌 것들. 그도 마찬가지였다. 영혼의 존재가 인간을 규정하는가? 그것을 팔았을 때 레온은 영혼의 유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다. 무게를 알았다 한들 그가 이 세상에서 인간으로 남아야 할 이유는 없었다.
셈할 수 없는 겨울이 지나갔다. 그날의 참혹함은 이젠 흐릿한 이야기로만 돌아다녔다. 먼지 쌓인 전설로 입에 오르내리는 우리의 역사. 그와 그의 백성들을 기억하는 자는 레온이 유일했다. 그리고 그녀 또한. 누구도 이피아의 이름을 발음하지 않았다. 그랬기에 모험가가 이피아의 이름을 들고 알현실을 찾았을 때 레온은 그리움에 잠기지 못하고 분노했다. 그 이름은 단순한 얘깃거리나 과거의 파편이 아니었다. 전 그녀를 만났어요. 레온은 그말을 부정했다. 모험가를 알현실에서 쫓아낸 후에도 그가 뱉은 말이 이명처럼 맴돌았다. 그녀가 이곳에 남아있을 리 없다. 무너진 성에서 억겁 같은 세월 동안 그가 볼 수 있었던 건 괴물과 멎지 않는 눈보라뿐이었다. 비록 육신이 없을지라도 이피아가 이 성에 남아있다면 그가 못 알아볼 순 없었다. 그래서는 안 되었다.
성벽과 탑루에 남아있는 그을음마다 지나간 죽음이 새겨져 있었다. 장미가 만연했던 정원은 영원한 한파가 깃든 뒤로 어떤 꽃도 틔워내지 못했다. 불쾌하게 자라난 가시덤불은 화단을 휘감았고 그 주변으로 괴물들이 돌아다녔다. 장미정원에는 이피아의 석상이 있었다. 눈송이는 고요히 그녀의 왕관과 머리카락에 얹히며 감은 눈꺼풀을 더욱 무겁게 만들었다. 조각된 꽃다발 위에도 눈이 쌓였다. 레온은 펜던트를 쥐었다. 이제 그녀의 모습은 과거의 순간을 박제한 채로만 남았다. 레온은 익숙한 성안을 둘러보았다. 바람이 비명을 지르며 내달렸다. 추위가 구석구석을 기어 다니는 소리만이 귓가에 울렸다. 그뿐이었다. 아무도 없었다.
척박한 생활 속에서 신의 저주를 조금이나마 비껴갈 수 있는 것은 취할 수 있을 만큼의 술과 넉넉한 땔감, 그리고 사람의 온기뿐이었다. 축제는 그 모든 게 존재했다. 하루쯤 비관을 뒤로하고 마음껏 웃고 떠들 수 있는 날도 살아가는 데 필요했다. 얼굴이 벌게진 채 술잔을 비우는 무리 곁으로 이동식 난로 속 장작은 연신 몸을 태우고 상가 화덕에선 데운 술과 음식이 부지런히 빠져나왔다. 상인들은 단 하루뿐인 장삿날에 목청을 높이며 시선을 끌어모았다. 그 소리에 진열대 근처로 하나 둘 구경꾼이 지갑을 열곤 했다. 사람들은 보온에만 치중했던 겉옷을 잠시 벗어두고 다 같이 소박한 치장을 한 채 어울렸다. 레온도 의복을 달리하고 성에서 내려왔다. 그는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 축제에 섞였다. 악사들이 자리를 잡았다. 조율이 끝나자 피아니스트가 건반을 두드렸다. 뒤이어 바이올린 연주자가 현을 튕겼다. 그다음에 비올라, 그리고 첼로가 따라붙었다. 음악이 구색을 갖추자 몸짓을 끌어들였다. 사람들이 선율을 따라 구두와 손뼉을 부딪쳤다. 부산스럽던 박자는 서서히 맞춰졌다. 수줍던 스텝이 경쾌해지고 웃음소리와 함께 축제는 무르익었다. 그 시간만큼은 소복이 덮인 눈마저 한기를 거두었다. 레온은 그들을 지켜보았다.
"꽃 한 송이 없이 축제를 다니다니 이상한 분이네요."
그때도 이피아는 꽃과 함께 있었지. 그녀가 다듬고 있던 꽃의 모습은 세월과 함께 퇴색되었지만 그날의 문장만은 온전하다. 그것은 영혼의 유무를 떠나 존재에 각인된 것이므로.
꽃잎은 투박한 손끝에 자주 다쳤다. 온전히 모양을 담아낼 수 있을 때는 드물었고 그럴 때마다 멋쩍은 미소를 주고받던 밤들이 있었다. 도움이 안 되는군. 레온이 못하겠다는 듯 손을 떼었다. 이피아는 잠시 생각하더니 망가진 꽃잎을 모았다. 그리곤 종이 위에 풀을 바르고 꽃잎을 하나하나 붙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봐요. 그녀가 붓으로 자리를 가리키면 레온이 꽃잎을 붙였다. 떨어진 꽃잎을 하나씩 붙여가자 곧 새로운 모습으로 피어났다. 아름답죠? 이피아가 미소지었다. 꽃의 종류가 늘어날수록 책은 풍요로워졌다. 흙과 물이 없는 페이지 위에서도 화원은 다채롭게 꾸려졌다. 그녀의 손이 닿는 곳은 어디나 정원이 되는구나. 무언가를 틔워내고 가꿀 줄 알았던 손, 그와는 거리가 멀었다. 이피아는 손재주가 좋았다. 장미정원이 다 지어지고 난 후 이피아는 그곳을 찾는 손님들을 위해 장신구를 만들곤 했다. 레온은 그녀가 장식을 달고, 꿰는 동안 곁에서 묵묵히 지켜보았다. 때론 필요한 재료를 찾아오거나 도구를 건네주는 식으로 일거리를 도왔다.
이제는 아득한 밤들. 그 책 속의 꽃은 이 추위를 느낄 수 있을까. 애초에 마른 것이었다. 그들은 아무것도 감각할 수 없다. 꺼진 생은 돌아오지 않는다. 언제나 흔적만이 남는다. …왜 당신에게는 그녀의 목소리가 닿지 않는 거죠? 모험가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레온은 모험가를 쳐다보았다. 그는 답을 알고 있다.
폭력이 만연한 시대였다. 침략과 내전이 멈추지 않고 이어졌다. 왕은 왕좌를 키우기 위해, 혹은 부수기 위해 전쟁을 일으켰다. 그들은 경쟁적으로 용병을 끌어들였다. 누구의 백성도 아닌 자들은 고용주를 위해 민가를 태우고 사람을 찔렀다. 살아남은 이들은 불타는 국가를 뒤로하고 고향을 떠났다. 불어나는 난민들을 두 팔 벌려 맞이한 것은 혹독한 엘나스의 겨울이 유일했다.
레온의 왕국은 절벽 위에 위치해있었다. 척박한 지역에 자리 잡은 성은 가난했으나 왕족의 애정과 따듯한 민심으로 터전을 유지해나가고 있었다. 그들에게도 검은 마법사가 거병을 움직인다는 소식이 닿았으나 크게 동요하지 않았던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였다. 엘나스에서 전쟁이란 끊임없던 것이었으며 침략의 대상은 탈취할 만한 것이 있느냐를 기준으로 삼았다. 그들은 풍요와 거리가 멀었다. 얻기 위해 침략한다면 그들은 필경 빈손으로 돌아갈 것이다. 곧 검은 마법사에게 대항하기 위한 동맹이 만들어졌다. 그들은 각국에 협조를 요청했다. 레온의 왕국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동맹의 청에 쉽게 응할 수 없었다. 세계의 존폐가 걸린 전쟁을 치르는 동안에도 엘나스에서 일어나는 모든 전쟁이 중단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은 이곳을 알지 못한다. 이 땅에서 물자 하나, 사람 하나는 숫자와는 다른 절실함을 가진다. 레온은 왕국을 위한 선택을 내렸다. 동맹을 거절한 대가는 참혹했다.
성벽이 무너졌다. 외벽부터 시작된 불은 몸집을 불리며 지붕을 삼켰고, 삽시간에 다른 곳으로 옮겨붙었다. 검은 구름이 하늘을 뒤덮었다. 매캐한 연기가 성 안팎을 휘감았다. 도망치는 발걸음 뒤로 끊임없이 비명이 터졌고 어른과 아이가 함께 쓰러졌다. 성에 남아있는 기사들이 어떻게든 방어하려 했으나 상대가 되지 않았다. 곧 수비선이 무너졌다. 검과 창이 무섭게 날아들었다. 아비규환이 이어졌다. 레온은 그 자리에 없었다. 자신들이 동맹을 거절한 이유는 검은 마법사의 수하 따위가 아님을 어떻게든 알리려 길을 떠난 때였다. 길에서 레온이 마주한 것은 오해의 해결이 아니라 멸망이었다. 가까스로 성으로 돌아갔을 때 그가 알던 왕국은 없었다. 그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이대로 절망할 것인가 혹은 분노할 것인가. 낯선 질문이 파고들었다. 그러나 어떤 것을 택하더라도 그를 기다리는 건 고통뿐이었다.
엘나스의 모든 인간을 지워버려라. 레온은 괴물들에게 한 가지만을 명령했다. 다시 연기가 피어올랐다. 엘나스 곳곳에서 불기둥이 피어올랐다. 학살이 끝나고 나서야 그는 정말로 자신에게 영혼이 없음을 알 수 있었다. 백성들과 이피아가 날붙이과 연기에 죽었을 때 그의 영혼은 돌이킬 수 없이 망가졌다. 넝마가 된 영혼을 팔아 그들처럼 무자비한 힘을 가질 수 있다면 어느 누가 거절하겠는가. 레온은 제게 가련하다 소리치던 용병의 말을 더듬었다. 이런 일을 벌이고도 용서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그때나 지금이나 그의 답은 같았다. 참회나 용서를 구하는 행위는 위선일 뿐이다. 이것은 용서받아서는 안 되는 죄다. 태울 대상을 잃은 증오는 희미한 불씨만을 남겼다. 지독한 회한이 지나갔고, 죽은 모든 것들에 대한 그리움이 차올랐다가 어느 순간에 이르러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우울은 많은 것을 삼켰다.
무엇보다 소중했던 추억은 미련이 되어 많은 발목을 붙잡았다. 돌이킬 수 없는 것과 돌아올 수 없는 이들이 엉겨 붙은 성 밖으로 눈보라는 지칠 줄 모르고 휘날렸다. 이 저주는 세계가 멸망하는 순간까지 계속되리라.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채 영원같은 시간동안 무너진 터를 떠나지 못하는 것이 죄의 대가일까. 분노가 휘날린 재를 뒤집어쓰고 그녀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이 형벌이라면. 레온은 모험가에게 펜던트를 내밀었다. 오랫동안 놓지 못했던 것이다. 더는 사랑을 알았던 시간을 쥐고 있을 수 없다. 그에겐 이피아를 추억할 자격이 없다.
그 시절의 아름다움은 다른 어떤 생에서도 느끼지 못할 것이다. 복수와 맞바꾼 영혼이 다시 깃드는 일도 없을 것이다. 감히 후회의 길을 웃돌 수도 없는 죄인에게 돌아갈 길은 존재하지 않는다. 누가 용서할 수 있을까? 앞으로 가야 할 길에는 더 많은 업이 기다리고 있다. 길의 끝은 지옥이 아니리라. 그가 출발한 곳이 지옥이었으니. 레온은 자신이 돌아갈 수 있는 유일한 곳을 생각했다. 무위. 세계의 멸망과 함께 모든 역사가 사라지고 비극으로 얼룩진 삶도, 그에 비해 찰나 같던 행복마저 존재하지 않았던 사건이 되리라. 그는 구원을 믿지 않는다.
Von Leon
JIM
시스템을 총괄하는 장치를 떼어버린 지도 어느덧 일주일이 넘었다. 루티의 조언에 따라 지그문트에게 받은 모포를 두르고 있으니 눈을 깜빡였다. 비록 인간은 아니지만, 제논에게도 생각을 조금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겔리메르의 연구소에서 나왔다는 일은 좋은 일에 속했지만, 새로운 곳에서의 눈칫밥은 안드로이드인 제논에게는 어려운 일이었다.
체키를 제외한 교관들은 제논을 보고서 무언가를 말하려 했지만, 입을 다물었다. 지그문트에게 들은 게 있어서인지, 아니면 본인들이 생각해도 그 사람과 자신이 닮은 것인지. 제논이 다가갈 때마다 화제를 돌렸지만, 알 수 있었다. 다들 낮이면 위에서 일했기 때문에 대화는 지하로 이동하는 찰나의 순간 동안 이루어졌지만, 안드로이드인 제논에게는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과연 그 아이일까?
제논 자신도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있는 그 주제. 지그문트는 자신이 그 아이를 닮았다고 했다. 생각난다고. 제가 그 아이였더라면 기억이 떠올라야 하는 거 아닐까? 지그문트를 처음 만났을 때처럼 희미한 노이즈라도 말이다.
그렇지만, 제논의 머릿속은 여전히 과거에 대해서는 깨끗했다. 그때의 그 노이즈도 더는 선명해지지 않았다. 지그문트를 보아도, 그 단검을 몇 시간이나 들여보아도. 다른 사람을 보아도.
루티는 이미 몇 번이나 지워진 기억이니 쉽게 찾을 수 없을 것이라고 다독였지만, 제논의 생각은 달랐다. 에델슈타인은 블랙윙과 소규모 전투를 벌이느라 늘 바빴고, 어느 날은 누군가가 돌아오지 못한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지하실에 있는 트레이닝 로봇 몇백마리나 때려잡아봤자 거기서 거기였다. 그들을 도와줄 만한 예전의 실력을 얻지 못했고, 그들의 믿음 또한 얻지 못했다. 기억만이 유일한 열쇠였다. 이 상황을 타개해줄. 그런 열쇠를 찾는 일을 어떻게 미적거릴 수가 있단 말이야, 루티.
머리카락을 잡았다. 아플 리가 없는 머리가 아팠다. 제어장치가 달리고 몇 번이나 기억이 지워졌을 머리가 아파서, 그 부분을 뜯어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도대체 자신은 왜 연구소에 있었던 거고, 루티와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거고, 그 이전에는 이 마을에서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아니, 이 마을에 자신이 있었던 건 사실인 걸까?
과거를 남의 도움이 있어야 기억해낼 수 있는 자신이 과연 그 아이긴 할까? 루티가 너에게는 과거가 있었어라는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제논은 평생 제 과거의 존재도 모르고 살아갔을 테다. 그런 상황에서 제가 무슨 기억을 떠올린다는 게 가당키나 한 말일까?
남의 손에 저당 잡힌 인생, 과거. 무슨 소용일까? 제논이 고개를 숙였다. 전투병기 주제에 도움은 되지도 않고, 남들의 의심을 받고 있으려니 힘든 건 사실이었다. 일단 현재의 기억에서 의심이란 걸 받아본 적이 없었으니까.
“제논?”
“루티.”
제논은 제 머리를 잡은 손을 내려놓았다. 이런 모습은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루티는 제논을 위해 애를 많이 썼으니까. 앞으로도 그럴 제 친구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았다.
“무슨 일이야 기억 때문에 그래?”
“조금 답답해서 그래.”
무릎 위에 포로로 올라온 루티를 내려다보았다. 말똥말똥한 눈동자가 저를 바라보고 있으니, 전에 느껴졌던 평안함보다는 뭔가 마음을 여기저기 쿡쿡 찔리는 느낌이었다. 루티마저도 얼른 기억을 찾지 못하냐고 재촉하는 것 같았다. 사실 그럴 리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인지를 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너무 답답해하지 마. 기억이 몇 번이나 지워졌다고 했잖아. 기억의 조각이라도 잡아낸 네가 대단한 거야.”
“알았어. 천천히 생각해낼게.”
제논은 루티를 쓰다듬었다. 사람 없는 지하광장이 시끌벅적해지기 시작했다. 벌써 해가 떨어진 모양이었다. 제논에게 시간은 얼마나 더 빠르게 적을 처치할 수 있는가의 지표였지만, 여기 와서는 정의가 조금 달라지기 시작했다. 레지스탕스는 비밀요원들이었으므로 저녁 늦은 시간에 움직였고, 새벽이 되면 돌아와 잠자리에 들러 자신의 집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제논은 왜 그런지 알 수 없었지만, 그러려니 했다. 이곳에서 이상한 것은 다른 사람들이 아니라 자신이었으니까.
“오늘은 무슨 일 맡았었어?”
“순찰 로봇 없애고, 메모리칩을 가져오는 거.”
책상 옆의 서랍에서 고이 모셔둔 메모리칩 20개를 꺼냈다. 일일이 세어가면서 줍느라 제논에게는 꽤나 낯선 요구였다. 겔리메르는 물건 같은 것을 요구하지 않았으니. 메모리를 작은 보따리에 넣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논을 따라 일어난 루티가 바닥에 가뿐하게 착지했다.
“잘 하고 와 제논!”
“열심히 할게.”
루티의 응원을 받아 제논은 터덜터덜 걸음을 옮겼다. 저 혼자 머무르고 있는 지하는 한산했다. 아직 사람들이 내려오지 않아서 일지도 모른다. 의사처럼 보이던 사람이나, 아니면 훈련실 앞에 서 있던 노인이라던가. 제논은 엘리베이터에 발걸음을 옮겼다. 꽤 많은 수의 사람이 모인 소리가 높아질 때마다 커져갔다.
“어, 뭐야. 너무 빨리 돌아온 거 아냐? 어때, 뭔가 기억이 났어?”
“아직 별다른 건 아무것도요.”
제법 험악한 얼굴의 표정은 실망으로 물들어갔다. 제논은 그걸 보고서도 무표정으로 있었다. 무슨 말을 해줘야 하나?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나? 모르겠다. 인간이 아닌 제논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 끄응...하긴 지금의 에델슈타인은 그때와는 완전히 달라져 버렸지. 이렇게 변해버린 모습을 보고 이전의 기억을 되찾으라는 것도 무리긴 하겠군.”
“그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하긴 어린아이가 사라진 마을이 사고 하나 없는 마을은 아니었겠지.
“이봐 사실은, 어쩌면 너는...”
“?”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아직 뭐라 말을 할 수가 없어. 나도 실은 섬세한 남자라서 말이야. 괜히 너무 기대했다가 나중에 실망하고 싶지는 않아. 그러니 오늘은 이 정도로 해두자고.”
순진무구한척 고개를 갸웃거리긴 했으나 제논은 알 수 있었다. 그 아이를 제논이라는 가정을 세우고 있는 거겠지. 눈치는 없어도, 들리는 말을 조합해보면 누구든 그 사실을 알 수 있을 터였다. 하물며 기계의 뇌를 가지고 있는 제논이 모를 리가. 제논이 그저 모른 척을 하는 것은 그의 이유와 같았다. 괜히 쓸데없는 기대감을 주고 싶지 않았다. 희미한 노이즈에 지그문트가 제 힘을 다 쏟는다면, 그거야말로 낭비였다. 지그문트는 이 저항군을 이끌 사람이었고, 그러니까 지치는 건 용납되지 않았으니까.
“참, 다른 녀석들하고는 인사해봤어? 헨리테와도 이야기해봐. 그 녀석은 요 바깥 비밀광장에 있어. 손에 지팡이를 든, 좀 늙스구레하니 겉늙은 친구야.”
이름을 알려준 알렉스는 또 다른 교관을 소개해주었다. 그래도, 이제 만나는 사람이 마지막이니 다행이라 생각하며 발걸음을 털레털레 옮겼다. 알 수 없는 기계장치들 앞에 서 있는 헨리테라는 교관은 무표정해 보였다.
“자기소개부터 하지. 내 이름은 헨리테. 레지스탕스의 마법사인 배틀메이지의 전직교관이야. 지그문트를 구해준 건 물론 고맙게 생각하지만, 솔직히 털어놓자면 나는 아직 너를 믿어도 될지 확신이 들지 않아.”
헨리테는 처음부터 숨기는 것이 없었다. 제논은 그의 전투 스타일과 그의 화법이 꼭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스태프를 들고 돌진하는 배틀메이지들의 전투 방식은 단순하기도 했지만, 그만큼의 파괴력이 있었다.
“너무 섭섭하게 생각하지마, 우리 레지스탕스는 에델슈타인을 되찾는 그날까지 블랙윙과의 싸움을 계속해나가야만 해. 작은 실수만으로도 마을 전체가 위험해질 수 있으니 조심하고 또 조심하는 수 밖에 없지.”
제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도, 헨리테는 급하게 말을 덧붙였다. 제논은 그의 말이 타당하다고 생각했기에 그저 고개만 한 번 끄덕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동료를 믿지 못했다가 나중에 후회하는 일만은 피하고 싶어. 그런 일은 한 번만으로도 충분하니까. 그러니 네게 한가지 부탁할게. 우리 마을의 교장 선생님을 만나보겠어? 그분이 너를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해. 교장 선생님께서는 여기서 나가면 바로 옆에, 그러니까 마을 중앙 광장 쪽에 계셔. 그분이라면 나보다는 더 사람 보는 눈이 있으실 테니까. 나는 그분이 내리는 결정대로 하겠어.”
앞선 부탁들보다는 굉장히 쉬운 것이었다. 제논이 고개를 끄덕이자, 헨리테는 고개를 까딱였다. 이 마을은 무슨 아픔을 그리도 많이 품고 있는 걸까. 이런 마을이 평범한 걸까. 제논은 바깥으로 나가는 사다리를 잡고 올랐다. 겔리메르의 연구실이 지상에 있고, 이 광장이 지하에 있는 것을 보면 정상적이지 않음은 분명했지만.
사다리에 파이프를 타고 올라간 도시는 어둠에 잠겨있었다. 연속적으로 깜빡이는 빛들이 그나마 거리를 비춰주긴 했지만, 그것도 부분이었다. 고개를 돌려 어둠에 잠긴 도시를 바라보는 노인을 찾아냈다. 오늘은 안 왔다 했더니 여기에 있었구나. 제논은 그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못 보던 얼굴인데, 새로운 학생인가요?”
“아뇨, 저는...”
“아, 당신이 그 사람이군요.”
지하의 엘리베이터 근처에서 보이던 노인의 얼굴이었다. 처음 보는 척을 하는 건지, 아니면 진짜로 처음 보는 건지 제논으로서는 알 수 없는 노릇이었지만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 노인의 말을 기다렸다.
“제가 내리는 결정을 따르겠다고 헨리테가 그랬다지요. 그 이야긴 들었습니다. 그 전에 먼저, 에델슈타인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리지요. 이 곳 에델슈타인은 원래 평화롭고 평범한 마을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곳의 광산에서 생산되는 루가 엄청난 가치를 지녔다는 것이 알려지자 그것을 노리고 블랙윙이라는 조직이 이곳을 점령했죠. 지금도 이 마을은 블랙윙의 감시 아래에 있어서, 주민들은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도 없고. 부당한 대우고 참고 견뎌야만 합니다.”
이 마을이 평범한 마을은 아니었구나. 평범함을 잃어버렸을 뿐. 자신과 같은 모습의 마을이 어쩐지 차가워보이기도 했다. 자신의 살갗처럼.
“그리고 우리 레지스탕스는 에델슈타인을 원래의 모습대로 되돌리기 위한 비밀조직입니다. 블랙윙을 물리치고 에델슈타인의 자유를 되찾기 위해 모두들 정체를 숨기고 싸우고 있지요.”
노인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바람을 타고 날아갔다. 밤의 빛을 잃어버린 마을 위로 별빛이 쏟아져 내렸다.
“그러는 동안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친구를 잃어버리기도 하고, 새로운 동료를 얻기도 했으며, 불신의 씨앗이 싹트는가 하면, 한 때의 적과 다시 손을 맞잡기도 했습니다. 좋은 일도 있었지만, 가슴 아픈 일도 있었지요. 그 중에서도 동료를 잃어버린 상처는 아직도 모두의 가슴 속에 남아있답니다. 당신을 완전히 믿을 수도, 그렇다고 믿지 않을 수도 없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동료를 잃는 것과 믿음을 잃는 것. 양쪽 모두 얼마나 뼈아픈 일인지를 그들은 알고 있기 때문이죠.”
쓸쓸한 목소리가 어둡고 추운 밤에 낮게 깔렸다. 목소리에 걸맞은 말의 내용이 제논의 머릿속에 입력되었다. 저도 그 친구 중 하나였을까. 그 사실은 겔리메르만이 알고 있겠지. 하지만, 그에게 다시 갈 수 없었다. 간다면 제논은 다시 살인병기가 되고 말테니까. 결국은 제논이 제 기억을 알아내기 전까지는 제논은 허공에 붕 떠 있는 이 기류를 유지해야만 했다.
“그럼에도 그들은 당신을 믿는 쪽을 택한 것 같군요. 당신이 그 믿음에 대한 보답을 해줄 수 있다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게 약속해주시겠습니까? 레지스탕스를 배신하지 않겠다고요.”
그래도 그들은 믿어주었다. 아마도 그 과정에서 지그문트의 입김이 컸을 테지만. 저는 언제 혼자서 인정을 받을 수 있을까. 잡히지 않는 기억을 잡으려 얼마나 더 발버둥을 쳐야하는 걸까. 제논에게 그들은 유일한 구원이었다. 감히 배신 같은 것을 할 수 있겠는가. 제논은 고개를 한 번 움직였다. 말을 하기엔 제논의 속도, 지금 이 분위기도 너무 엄숙했으니까.
“어려운 약속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당신을 믿도록 하겠습니다. 헨리테에게도 제가 잘 이야기해두도록 하지요.”
제논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서 눈을 하늘을 향해 돌렸다. 어두운 마을에서도 셀 수 없는 별빛들이 은은하게 마을을 비춰주고 있었다.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도 모르는 별들 중 하나가 제논이 될 수 있을까. 진실로 저 레지스탕스들에게 녹아들려면. 제논의 머릿속에 다시 그 단어가 떠올랐다. 기억, 과거.
“비록 지금은 이런 모습이지만, 언젠가 에델슈타인이 원래 모습을 되찾는다면, 그때는 모두들 마음 속의 짐을 내려놓고 진심으로 당신이 돌아온 것을 기뻐하게 될 수 있으리라 저는 믿고 있습니다. 그러니 그 날이 올 때까지 우리를 믿고 도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논은 노인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자신에게 하는 말 같아, 그저 눈을 한 번 더 깜빡 일 수밖에 없었다. 그 날이 와도, 잃어버린 기억은 계속 저의 발목을 잡을 테지. 언제쯤 제논은 기억의 족쇄에서 벗어나게 될 수 있을까. 별을 바라보던 제논은 눈을 감았다. 지금의 제논이 할 수 있는 일은 그것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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